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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 공정, 정의를 부르짖은 결과는?
2022년 01월 31일 [지비저널]

평등, 공정, 정의를 부르짖은 결과는?

                                 -소설가 정완식

↑↑ 월암서원의 일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한 말이다. 임기 만료가 다가오는 현재 취임사에 대한 평가가 내려질 즈음이 됐다. 과연 그의 말대로 평등, 공정, 정의로웠는가? 되돌아보면 긍정적인 점수를 주기에는 거리낌이 있다.

특히 이 정권은 청년들에게 밉상을 받았다. 추미애 전 장관의 아들 탈영의혹, 지금 문제가 되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 아들의 도덕성 문제에도 분노를 사지만, 조국 씨의 딸 입시문제는 이 정권의 도덕성을 강타한 지명적인 사건이었다.

조국 씨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지난 27일 대법원에서 징역 4년, 벌금 5천만 원, 추징금 1천61만 원으로 확정됐다 조민 씨의 2913년과 2914년의 서울대, 부산대 의전원에 지원하는 과정에서 제출한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확인서, 표창장은 허위 또는 위조된 것이라는 사실이 유죄로 결론지었다. 또 위조한 내용이 담긴 컴퓨터의 증거인멸도 유죄를 받았다. 여론이 악화되자 조민 씨의 레지던트 취업은 모두 무산되기에 이르렀다.

조국 씨는 대학교수였던 정경심 씨와 더불어 자신의 사회적 네크워크를 바탕으로 딸을 의사로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했으니 이른바 “헬리콥터 파파”로서 부족함이 없었다.

 

국민이 분노한 이유는 조국 씨가 가장 지식인 계층인 서울법대 교수, 권력의 핵심이었던 청와대 민정수석이었으며 공정해야 할 법무부장관이었기 때문이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이 정권의 도덕심은 붕괴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시험의 생명은 공정성에 있다. 대학입시에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인재를 발굴하고 키우는 첫 관문이자 가장 공정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체육특기자의 경우 역시 피땀 흘린 훈련을 치렀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대학입시 부정은 곧 그 정권의 능력을 의심하게 하는 척도이기도 했다.

서양인들이 동양의 제도 중 가장 잘된 것을 꼽으라면 서슴없이 과거제를 든다고 한다. 나라를 이끌어갈 인재를 뽑는 과정이 신분과 금력을 배제하고 능력위주의 투명한 선발이기 때문이다. 과거제는 호족과 군벌을 견제하는 적절한 수단이 되어 왕권의 강화, 강력한 중앙집권의 바탕이 되기도 했다. 능력만 있으면 농민의 아들도 응시와 합격이 가능했다.

 

우리 고장은 과거 영남 인재의 반을 배출한 곳이다. 웬만한 벼슬아치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충신, 열사, 학자를 배출한 명문 고장의 하나였다. 다른 고장에 가면 그리 박한 대접을 받지 않을 자존심마저 든다.

과거시험에 합격하려면 피나는 노력이 뒤따라야 했기에 개인의 영광뿐 아니라 고장의 자랑이기도 했다.

1928년에 보통학교밖에 못 나온 선산면 노상동의 19세 조상원(趙相元)이 1933년에 9일간 경성사범학교에서 치러진 보통문관시험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다. 그가 경성제국대학이나 와세다대학을 나온 사람이라면 그리 자랑스러울 게 없다. 집이 가난해 논밭에서 부친의 농사를 거들며 자습으로 이룬 성과였다. 진학을 못 한 탓에 학력 제한이 없던 보통문관시험의 어려운 과목을 독학으로 했으니 여간내기가 아니었다. 그해 일본인 합격자는 67명이고, 한국인 합격자는 겨우 40명이었다.

“주사 나리”란 말을 듣던 19세의 조상원은 뒷배와 돈이 없어 지방관을 전전했겠지만 목표를 설정하고 정당한 평가를 받아 이루었던 결과였기에 이웃들의 칭찬을 받았던 것이다.

 

지식인, 권력자인 부모의 불법 지원을 받아 의사가 된 조민보다는, 가난 때문에 논밭에 나가 농사를 돕던 19세 된 조상원의 보통문관시험을 축하하는 시대라면 아직 공정과 성실을 꿈꾸는 순수함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년들은 철면피 같은 조국 씨의 인스타그램에 손가잘질을 하고 이 정권의 평등, 공정, 정의를 비판할 수 있는 것이다.

 

 

 

*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견해이며, 대경저널의 편집 방향과는 관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지비저널 기자  gbjou163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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