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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砥柱中流48] 유일사상과 베스트셀러
2021년 11월 29일 [지비저널]

유일사상과 베스트셀러

                -소설가 정완식

 

요즘 야당이나 여당이나 당 대표가 문제이다. 자신의 정치적 타산을 위해 머리를 굴리는 야당 대표는 물론이지만, 여당 역시 대표의 됨됨이가 부족함이 없다. 5·18 전야제 술파티에 참석한 일을 비롯해 연평도 포격사건 때 폭격 맞은 집에서 술병을 꺼내 들고 폭탄주라고 했던 일이 어제 같은데, 얼마 전에는 베트남에서 입에 담지 못할 짓으로 “송트남”이란 아주 명예로운(?) 별명을 얻었다.

이번에는 윤석열 국민의당 후보의 돌잔치 엔화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더니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을 알자며 “재명학”을 제창했다. “재명학”이라면 안동 출신으로는 퇴계 선생의 퇴계학 이후 처음인 듯하다. 이 정도면 거의 성인이나 신앙 수준이 아니겠는가.

 

이 정권이 출범한 후 어느 출판사에서 위인전 비슷하게 노회찬, 노무현, 손석희 등을 책으로 출판했던 적이 있다. EBS에서는 김정은을 미화하는 세계 최연소 국가원수 김정은, 시진핑 등을 아동용 교구로 제작한 바도 있었다. 나라를 부강하게 한 우리나라 대통령은 독재자로 침을 뱉으며 적의 수장을 미화하니 국가는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살아 있는 사람을 유일신 같은 존재로 떠받드는 것은 공산주의 내지 사회주의 계열의 주특기이다. 곳곳에 동상을 세우고 떠받드는 행사를 개최하고 붉은색, 노란색으로 천지를 뒤덮는 광기 어린 행동이 뒤따른다.

 

요즘은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같은 소설들도 많이 팔린다. 개인적으로 『삼국지』 혹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최고의 베스트셀러를 두고 다투는 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성경이나 불경은 제외한 것으로 『삼국지』는 당연히 가장 많이 읽힌 책-판소리나 공연 등 2차 저작 포함-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의외로 모택동의 『모주석 어록』은 10억권이 넘게 팔려 공식적으로는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이며, 모택동의 다른 저작들을 포함하면 세계 최고의 집필가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공산주의 중국에서 그는 인세로만도 가장 갑부에 속한 것이다.

인류의 지식과 문화를 전파해 온 책은 신성하다. 책에 실린 내용은 옳다는 인식이 있고 거기에는 의심하기 힘든 권위가 있다. 모택동이나 김일성이 생각처럼 그리 위업을 이룬 적은 없지만 책이 가진 권위를 특정 정치세력은 잘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 송씨 등에게 남은 일은 책의 내용을 각색한 2차 저작물을 만드는 일이 남았다. 영화 『아수라』의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한 “수리수리마수리”나 『출애굽기』를 패러디해 “출아주기(出亞洲記)”를 제작해 특정 후보가 나타나면 국가의 어려움이 한 번에 갈라져 세계의 중심으로 나아간다는 현대판 모세로 분장할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전태일, 김대중, 김우중 등 인물의 장점만을 오려내어 몽타주한 인물로 각색될 가능성도 있겠다. 몇몇 어용 지식인들이 텔레비전에 나와 “수리수리마수리”나 “출아주기”를 감명 깊게 보았다는 말과 함께 책을 이야기하며 “그런 좋은 인권변호사는 처음이다”는 말로 홀려 댈지도 모른다. 몇 푼 던져주면 개처럼 엎드리는 지식인들은 장마철 빗방울만큼이나 많다.

 

정치는 천박한 유행과 같다. 독재자라고 불린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유해가 역사의 뒤안길로 멀어져간 지금 거리의 주인은 누구일까. 수리수리마수리에 홀린 사람들은 정체 모를 지식인이나 선동가가 지정해준 완장을 차고 깃발을 세울 것이다. “거리마다 물결이, 거리마다 발길이 휩쓸고 지나간” 뒤에는 눈을 감고 걷거나 눈을 뜨고 걸어봐도 보이는 것은 잔치마당에 버려진 뼈다귀나 빈 술병처럼 국민 자신의 초라한 모습 밖에 남지 않게 된다.

 

책을 통해 신처럼 떠받들린 모택동과 김일성이 남겨준 교훈이다.

 

 

 

*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견해이며, 지비저널의 편집 방향과는 관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지비저널 기자  gbjou163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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