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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砥柱中流44] 난신적자의 말재주
2021년 11월 01일 [지비저널]

난신적자의 말재주

          -소설가 정완식

 

↑↑ 낙동강 체육공원의 갈대밭과 일몰 풍경

인간의 말은 의사소통의 수단이었지만, 정치에서는 여러 가지 기교가 더해져 자신의 업적을 홍보하거나 상대방을 비난하는 수단이 되었다. 거기에는 은유적인 표현이 포함되는데 가령 ‘아들이 먼저다’, ‘사람이 먼저다’는 뜻은 물론 ‘탈북자는 북송시켜라’, ‘순직공무원은 월북 처리하라’ 등은 중의어임을 알고 있다.  

 

또한 국민(유권자)들에게 돈을 푸는 일은 ‘재난지원금’이라는 이름이었다. 그 후 치솟는 물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재난이란 말은 인위적으로 초래한 어려움이다. 코로나 초기에 국민들이 입이 아프도록 ‘중국인 입국금지’를 외쳤지만 ‘거대한 산봉우리’ 같은 대국을 위해 ‘어려움도 함께 하는’ 국가로서 광범위한 감염을 불러들였다. ‘대구봉쇄론’을 시작으로 국민들은 백신으로 죽고, 생활고로 자살하니 백골공화국이라 불러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

 

어느 대선후보는 일찍이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의혹과 형수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어 공분을 샀다. ‘단군 이래 가장 치적’이라며 자랑한 대장동 민영개발은 지자체장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부패스캔들이 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게 번 돈으로 법관과 거래하고 언론을 매수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뒤집어씌우기를 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이제 무슨 말을 해도 국민들은 눈살을 찌푸리고 빈축을 살 정도가 되었다.

 

‘음식점 총량제’나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말해도 비웃음밖에 받지 않게 되었다. 오죽하면 윤석열이 입당하기 전까지만 해도 정권교체에 기대감도 없던 야당이 이제는 4강 후보 중 유승민만 빼고는 누가 붙어도 승리한다는 결과까지 나오는 양상이다. 야당의 정치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여당 스스로 무능과 부패 스캔들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라는 생각이다. 이는 자치단체 정도에서는 통하던 교묘한 변설이 전 국민을 상대로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손바닥으로 자신의 눈 정도는 하늘을 가릴 수 있지만 천하를 속일 수는 없다. 『맹자(孟子)』에서 세상을 어지럽히는 천하의 몹쓸 사람을 보통 난신적자(亂臣賊子)라고 한다. 난신적자의 최대 무기는 혓바닥이다.

 

지난 대선에서 모 후보는 ‘돼지발정제’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학생시절에 친구에게 농담을 건넨 말이 수십 년 뒤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번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용인술에 관해 칭찬했던 어느 후보가 ‘독재자 미화’라는 공격을 받아 호된 곡경을 치렀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용인술에 대한 말은 오히려 우파진영의 결속을 가져왔으니, 좌파식의 꼬투리 잡기도 이젠 전술이 파악된 후여서 약효가 많이 쇠퇴한 느낌이다. 그러면 다른 수단을 쓸 가능성을 눈여겨봐야 한다.

 

정치인의 말은 언론이나 상대에 의해 변질되는 성격을 지닌다. 곤란한 경우 김종필 전 총재는 ‘소이부답(笑而不答)’이란 말로 대답했는데, 이백의 「산중문답」 구절을 인용함으로써 격조 높은 정치언어로 승화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은 쉽고 호소력이 있지만 반대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진실성이 늘 의심받았다.

 

정치가 혼란할 때나 선거 때마다 늘 세대교체를 부르짖는다. 정치의 세대교체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을 몇 번에 걸쳐 보았다. 지금 나라를 망치고 있는 소위 586 정치인도 한때는 신선한 청년정치인이라며 수혈된 사람들이었다. 근래에도 세대교체를 부르짖은 결과, 몇몇 젊은 정치인들이 진입했다. 야권단일화를 막는 게 목표인 당 대표와 자당의 후보를 음해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은 신선한 청년의 정치를 하고 있는가?

 

이들 역시 난신적자의 아류쯤은 돼 가는 게 아닌가 미심쩍다.

 

 

 

 

*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견해이며, 지비저널의 편집 방향과는 관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지비저널 기자  gbjou163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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